일본 생활 9년 차. 다양한 기간 한정과 계절 한정과 만나 오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나는 '가을 한정'을 특히 좋아한다는 것이다. 가을 한정이라 하면 군고구마, 단호박, 밤이 대표적인데 이런 구황작물류(?)를 원래 좋아하는 것도 있고, 사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지겨웠던 여름의 끝물에 등장하는 가을 한정이 반가운 것도 있다. 올해도 8월 말부터 2024년 가을 기간 한정, 계절 한정 예고가 들려왔고 9월 초부터 착실하게 발매되고 있다.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스타벅스 | 군고구마 프라푸치노
2024년 가을(이지만 아직 열사병 경보 중인) 신상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건 스타벅스의 군고구마 캐러멜 프라푸치노(풀네임 : 야키이모 코바시 캐러멜 프라푸치노, 焼き芋 香ばし カラメルフラペチーノ® )였다. 정식 발매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급한 한국 출장이 잡혀서 사전 판매일에 일부러 찾아가서 마시고 온 나의 2024년 가을의 시작(거듭 말하지만 아직도 내가 사는 지역은 낮기온 36도, 한여름이다).
평소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회사 선배네 딸이 '역대급'이라고 표현했다는 소리를 듣고 매우 기대하며 갔었는데 가히 역대급이라고 할만했다. 단 한순간도 고구마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진한 고구마의 맛. 1년 내내 일본 슈퍼나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 가면 군고구마 향이 사람 발길을 붙잡는데, 그 향이 부럽지 않은 아주 진한 고구마였다. 고구마 칩이 호입 크림 위에만 있는 건가 싶었지만 웬걸,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빨대를 통해 고구마 칩이 들어왔다. 스타벅스, 얼마나 고구마에 진심인 것이냐.
지난여름 선샤인 파인애플 프라푸치노에 참패를 당했기 때문에 더욱 맛있던 군고구마 프라푸치노. 생각난 김에 오늘 또 한잔 해야겠다.
🍠스타벅스 | 단호박 스콘
동네 스타벅스에 가면 가장 많이 먹는 푸드 메뉴가 스콘이다. (집 근처에 스타벅스 말고 따로 스콘을 파는 곳이 없다. 스콘 좀 팔아줘요) 보통은 초콜릿 스콘을 먹는데 가을이라고 단호박 스콘이 나왔길래 주문해 본 단호박 스콘. 정말 찐 단호박! 느낌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좋았다. 시나몬 파우더를 가득 뿌려달라고 요청한 차이티 라테와 즐기면 입안이 가을로 가득 찬다.
🍠미스터도넛 | 군고구마 도넛
기간 한정, 계절 한정에서 빠지면 섭섭한 미스터 도넛. 그 어느 브랜드보다도 한발 빠르게 계절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미스터 도넛인 것 같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그래도 착한 가격의 디저트가 아닐까:) 이번 가을에도 군고구마 도넛가 3종 출시되었는데 바로 앞 손님이 한 종류 빼고 싹 다 쓸어가는 바람에 토로리 미츠이모 미츠 도넛(대충 번역하면 꿀을 끼얹은 고구마 도넛라는 뜻)만 먹을 수 있었다.
도너츠 생지 속에도 고구마 분말 1.1%가 들어있다고 하지만 그것까지 알아차릴 정도로 섬세한 입맛은 아니었기 때문에 도너츠 위에 올려진 달달한 꿀로 판단하자면 달고 맛있다. 더위로 지쳐서 저절로 내려갔던 혈당을 한방에 올려준다고 해야 할까.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자기 때문에 우롱차와 함께 먹었는데 씁쓸한 우롱차를 단번에 단맛으로 바꿔주는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이 역시 재구매 의사 매우 있음:D
🍠무인양품 | 단호박 스콘
일본 무인양품도 은근히 기간한정을 좋아한다. 무인양품 식품 중에 판매율 1,2위를 다툴 후소로이 바움쿠헨(不揃い バウムクーヘン) 시리즈와 스콘 시리즈에 가을에 걸맞은 상품이 나왔다. 단호박 스콘, 고구마 케이크, 사과 캐러멜 바움쿠헨! 이건 안 먹을 수 없지. 유통기한도 비교적 여유가 있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사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과 캐러멜 바움쿠헨은 후기가 아주 나빴다. 쳇.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단호박 스콘. 은은한 단호박 향, 적당히 촉촉한 식감, 먹어도 배가 안 부른(?) 가벼운 느낌의 텍스처까지. 기간한정이 끝나기 전에 더 사서 쟁여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