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 중에 당일치기 또는 온천 숙박을 위해 찾게 되는 오이타현의 벳푸. 최근 나는 벳푸에 푹 빠져있다.
그동안 나에게 벳푸는 유후인을 가기 위한 통과 지점일 뿐이었는데
어느새 벳푸를 종착지로 하는 열차, 호텔 패키지도 매주 같이 찾아보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벳푸에 뿍 빠지게 된 이유는 골목골목 살펴보는 재미에 있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후쿠오카, 유후인에 비해 비교적 외국인 관광객들의 손이 덜 탄(?) 거리를 걷다보면
진정한 일본 소도시를 만나고 있는 듯하다. (벳푸시의 인구는 재작년 기준 약 11만명. 이정도면 소도시가 맞지?)
그리고 이런 벳푸의 정취를 한껏 더 끌어올려주는 장소를 찾았다.
일본 잡지에도 여러 번 등장한 벳푸의 노포 킷사텐, 킷사 나츠메이다.
킷사 나츠메(喫茶なつめ)
✅킷사텐 전문 잡지책이 꼽은 벳푸 대표 킷사텐
✅벳푸스러운 온천 커피
✅최고로 맛있었던 오구라 토스트
☕킷사 나츠메 소개
킷사 나츠메는 한적한 벳푸역 근처 긴자 상점가(銀座商店街) 중간쯤에 있다.
조금은 쓸쓸한 풍경의 아케이드를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아기자기한 음식 모형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킷사 나츠메이다.
1963년부터 영업 중인 킷사 나츠메.
우리가 원하는 소도시 레트로 감성 그 자체이자 한번 다녀오면 또 가고 싶어지는 아주 편안한 공간이었다.
후쿠오카, 기타큐슈 시내만 해도 여러 개 있는 킷사텐에 온 것 뿐인데 여기서 느낀 감정은 굉장히 특별했다.
1년에 한 두번 오는, 나에겐 ‘비일상’인 작은 일본 소도시에서 만난 그저 킷사텐일 뿐인데,
버스 시간에 맞춰서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고 내일이라도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길 가기 위해서라도 벳푸에 갈 의향이 있는 사람, 바로 접니다.(이번주에 갑니다)
몇 번이나 이 자리에서, 또는 맞은 편 자리에서 조용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느끼면서, 가게에 놓여있는 빛바랜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온천 커피를 후후 불어 식혀 먹던 추억이 몇 개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곳은.
☕킷사 나츠메 온천커피
메뉴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온천커피’의 존재였다.
누가 벳푸 아니랄까봐. 커피도 온천수로 만들어주네.
일본 킷사텐에 가면 에티오피아, 브라질, 과테말라 등 커피하면 떠오르는 나라들의 원두가 대부분이었는데
킷사 나츠메는 페루산 원두를 쓰고 있었다. 일본 살면서 페루산 원두는 처음이었다.(혹시 보신 분 계신가요?)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산미보다는 구수하고 진한 맛이었다.
간만에 킷사텐에서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서 아주 즐거웠는 이야기.
온천 커피는 커피와 온천수도 함께 제공된다.
브랜드 물을 많이 마셔본 건 아니지만 온천수를 마시고 미네랄 워터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참, 벳푸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어 메뉴판과 영어 메뉴판이 동시에 있다.
일본어 메뉴판은 사진도 있지만 영어 메뉴판은 글자만 있기 때문에 일본어 메뉴판에서 사진을 확인하고 시키면 될듯!
☕킷사 나츠메 오구라 토스트(별 다섯개)
그리고 온천커피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오구라 토스트.
워낙 킷사텐을 좋아해서 어느 일본 지역에 가도 유명하다는 킷사텐은 꼭 들러보고 토스트도 꼭 먹어보는 편인데
진짜 그동안 먹었던 토스트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속된 말로 미친 맛의 토스트였다.
도톰하다 못해 두툼한 토스트 위에 팥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려져 있는데,
얼핏 흔한 조합일 듯 하나 오직 이걸 먹으러 벳푸에 또 갈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다.
(참고로 라멘 이치방테이에서 냉면을 한 그릇 먹은 후에 간 거였다)
따뜻하게 구워진 토스트를 잘라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진하고 맛있는 팥까지 올려서 같이 먹으면
진짜… 행복… 이건 행복이었다. 행복이 별건가!
돌아온 뒤에도 이 맛이 너무 생각나서 다른 집 오구라 토스트에 도전해 보고 있는데
아직 이 집을 이길 집은 발견하지 못했다. 쓰다보니 또 먹고 싶네.
☕또 다른 재미, 낙서장 구경
킷사 나츠메의 또 다른 매력. 바로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작성한 방명록에 있다.
누구누구 다녀감부터 시작해 그날의 여행 이야기와 감상이 적혀 있는데 이런 몽글몽글한 아날로그 감성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벳푸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악필이지만 나도 한 마디 남기고 왔다. 쑥쓰러우니까 내용은 비밀.
❕주의점
매력이 넘쳐 흐르는 킷사 나츠메이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메뉴 주문부터 나오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꽤 오래 걸린다. 손님이 많이 없었음에도 그런 걸 보면 회전율이 빠른 집은 아닌 것 같다. 여유를 갖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늦게 가면 토스트 빵이 품절이라 못 먹을 수 있다(오후 2시쯤이었다)
그리고 정말 보기 드물게 화장실이 수세식(和式, 와시키)이었다. 굉장히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긴 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수세식 화장실이라 순간 멈칫했다. 수세식이 싫다면 역 화장실 등을 이용하면 됨!
📍킷사 나츠메(카페 나츠메) 정보
・1 Chome-4-23 Kitahama, Beppu, Oita 874-0920
・영업시간 : 오전 11:00~오후 4:00
・휴무일 : 화요일 휴무
・가는 법 : 벳푸역 도보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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